어제는 가족 모두 부산 나들이를 갔다.
말이 나들이지.. 비어있는 집을 청소하고 이런저런 관리를 하러 간 것인데..
동해선을 타고 내려가다보니 최근의 산불 사태가 일어난 지역을 지나게 되었는데.. 철로 인근 지역은 문제가 없었는지 화재 현장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검게 탄 산을 보게 되었다면 많이 상심했을 것 같다.
비록 내 땅이 아니고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더라도 푸르고 건강한 봄의 산을 보고 싶지.. 검게 탄 처참한 산의 모습을 보고 싶진 않으니 말이다.
요즘에는 중부지역이나 남부지역이나 기온차가 그리 크지 않고 가끔씩은 남쪽의 기온이 더 낮을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남쪽이라..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본 풍경은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빠르게 무르익은 봄의 경치를 보여준다.
서서히 푸른 빛이 늘어가는 산과 점점 만개에 가까운 봄꽃이 온 산과 들판을 뒤덮어 가는 모습이 제대로 된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부산에 도착하니 부산쪽은 오히려 벚꽃들이 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우리 집의 벚나무는 아직 꽃을 피울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다행히 정원의 복숭아 나무는 분홍색 꽃망을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부산 집에 도착해보니 걱정과는 달리 잡초가 무성하진 않다.
이제 막 겨울을 떠나보낸 시기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돋아나기 시작한 잡초의 수는 많았다.
슬슬 무성해지려는 때인듯 하다.
제일 큰 걱정이었던 오동나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작년 11월 초에 내려갔을때..
초여름에는 싹 조차 보지 못했던 오동나무가 4개월 만에 뿌리를 내리고 무려 2.5미터나 자라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걱정이지만 눈에 띄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만약 다시 또 성장해 있다면 자르거나 뽑아와서 지금 정원에 심어볼까 했는데.. 밑둥을 잘린데다 겨울을 맞이하여 버티지 못하고 죽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잠시 후..
오동나무의 엄청난 생명력에 놀라게 되었다.
작년에 잘라서 마당 구석에 방치해 둔 줄기가 아직 살아있었고.. 그 뿐만아니라 줄기에는 아직 싱싱한 꽃 봉오리가 몇 개나 달려있었다.
방치해 둔 줄기의 끝이 땅에 닿아있는 것도 아니다.
잘린 단면은 그냥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다.
이게 무슨...
바람에 낙엽들이 날리지 말라고 그물을 덮어두었는데..
단순히 그 그물에 덮여있는 것만으로, 그리고 겨우내 내린 눈이나 빗물만으로 5개월을 버텨냈다는 말인가..
정말 두려울 정도의 생명력이다.
잘린 밑둥은 어떠게 된건지 살펴보았더니..
처음에 얼핏 봤을때는 말라 죽은 듯 보였지만 주변의 흙을 조금 걷어내어 보니..
예전에 본 풀과 같은 모습의 뿌리가 아닌, 이미 목질화가 진행된 굵은 뿌리가 뻗어나가 있었고..
잘려나간 밑둥과 뻗어나간 곳곳에서 큼지막한 새 순이 여럿 돋아있다.
아니.. 오동나무의 생태가.. 번식 방식이 원래 이런건가?
잡초도 무색할 정도의 번식력과 생명력이다.
아.. 목질화가 진행되기 전에는 초 대형 풀 비슷하게 자랐었지..
그런데 왜 여태..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까?
이 정도로 번식한다면 몇 년 사이에 자생지를 만들어도 수없이 만들었을 것 같은데..
지난 번 방문에 이어.. 오동나무로 인해 꽤 충격을 받은 부산 나들이였다.
결국 올라오는 길에.. 아직 살아있는 잘려나간 줄기 일부와 새 순을 가지고 와서 뒤뜰에 묻어두었다.
묻어두기만 해도 자라지 않을까?
뒤뜰은 빠른 차폐용 울타리 나무가 필요했기 때문에 만약 잘 자란다면 큰 도움이 될듯하다.
함께 가져온 장미 묘목과 사랑초, 피막이풀, 동백나무 묘목 등도 정원 곳곳에 심었다.
필요한 곳은 벽돌로 화단도 쌓아가며 조금씩 정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동백나무 묘목은 남부태생이라 겨울이 걱정되긴 하지만 나머지들은 추위에도 강한 종류들이라 잘 자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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